나는 박선영 기자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대문 근처 한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와 동석했던 그의 선배 기자가 "아끼는 후배가 퇴사한다"며 크게 낙담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표정을 보며 '도대체 어떤 후배길래...' 하고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의 퇴사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때 신문사 기자들이 하나둘 그만두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던 1990년대만 해도 인문사회계 졸업생에게 아주 훌륭한 직장이었던 신문사는 2010년대에는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정치적 진영을 막론하고 소신 있는 글을 쓰던 기자들은 포털에서 클릭을 끌어내는 기사를 써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고, 매체들은 '제목 낚시'를 하면서 언론에 대한 신뢰를 부순 대가로 푼돈을 벌고 있었다. 그게 나 같은 외부인이 느낀 2010년대 중후반의 한국 언론계의 분위기였다.
인문사회계 최고의 직장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졌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 의식을 버리지 않고 일하는 기자들도 있었고, 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직의 기회를 보며 "아직은 다니는" 기자들도 있었다. 당시 30대였던 한 경제신문 기자는 "지금 월급은 괜찮지만" 가능하면 빨리 더 좋은 기업으로 옮기려고 "기회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나와 식사를 하면서 자꾸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그의 버릇이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 하면 나는 이런 일을 하려고 언론사에 들어온 게 아니라며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저자가 17년을 일한 신문사를 나온 지 7년 만에 쓴 소회다. 그간 다른 글도 쓰고, 번역 작업도 한 것 같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꾹 참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있던 7년이 그가 기자라는 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그의 말을 빌리면, "첫사랑과 헤어진 후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실연자" 같다.